정보 확인 기준일: 2026년 7월 3일
상가 임대차 계약이 끝날 무렵 현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이 덕트와 천장은 제가 설치한 것도 아닌데 제가 철거해야 하나요?”
특히 음식점, 카페, 학원, 미용실처럼 전 임차인이 남긴 인테리어나 설비를 그대로 활용해 영업한 경우에는 문제가 더 복잡해집니다.
전 임차인이 바닥과 천장, 급배수시설, 전기설비, 냉난방기, 덕트까지 설치해 놓았고 현 임차인은 간판이나 일부 집기만 바꾸어 영업했는데, 계약 종료 직전에 임대인으로부터 “점포를 처음 공실 상태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임차인은 억울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현 임차인이 기존 시설을 인수해 몇 년 동안 영업했으니 당연히 철거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상복구 문제는 “누가 처음 설치했느냐”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제가 상가·사무실 임대차계약을 검토할 때 먼저 확인하는 것도 철거 견적이 아니라 임차인이 처음 점포를 어떤 상태로 인도받았는지, 계약서에는 어떤 상태로 반환하기로 했는지, 기존 시설을 어떤 방식으로 인수했는지입니다.
법률에서는 주로 ‘원상회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실무에서는 ‘원상복구’라는 말도 많이 사용합니다. 이 글에서는 독자가 익숙한 원상복구라는 표현과 법률상 표현인 원상회복을 함께 사용하겠습니다.
1. 전 임차인 시설이라고 해서 무조건 철거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654조는 임대차에 민법 제615조 등을 준용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615조는 목적물을 반환할 때 원상에 회복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원상’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가입니다.
모든 점포에서 최초 준공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에 따라서는 다음 상태가 원상회복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 현 임차인이 실제 점포를 인도받았던 상태
- 계약 체결 당시 확인한 상태
- 기존 인테리어를 모두 철거한 공실 상태
- 별지 도면이나 사진으로 특정한 상태
- 임대인이 설치한 기본설비만 남겨 놓은 상태
- 전 임차인 시설까지 모두 철거한 상태
따라서 계약서에 “계약 종료 시 원상복구한다”라는 한 문장만 적혀 있다면 오히려 분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원상’이 무엇인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는 원상복구 조항을 읽기 전에 먼저 다음 자료를 나란히 놓고 봐야 합니다.
- 임대차계약서와 특약
- 입점 당시 사진·동영상
- 시설물 인수인계서
- 권리금계약서
- 시설양도·양수계약서
- 임차인이 실시한 공사 견적서와 도면
- 임대인의 공사 승인서
- 관리사무소 공사신청 자료
이 자료를 대조해야 전 임차인이 설치한 부분과 현 임차인이 변경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2. 1990년 대법원 판결|별도 약정이 없다면 ‘임차 당시 상태’가 중요합니다
전 임차인 시설의 원상회복 문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판례 중 하나가 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전 임차인이 무도유흥음식점으로 사용하던 점포를 새로운 임차인이 임차한 뒤 기존 내부시설을 개조하여 영업했습니다.
대법원은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현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는 자신이 개조한 범위에 한정되고, 자신이 점포를 인도받았을 당시의 상태로 반환하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전 임차인이 이미 설치해 놓은 시설까지 현 임차인이 당연히 철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이 판결을 실무적으로 풀어보면 중요한 질문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이 시설이 내가 입점하기 전에 이미 존재했는가?”
그리고
“내가 그 시설을 어느 정도 변경했는가?”
예를 들어 임차 당시 이미 천장과 덕트, 배관이 설치되어 있었고 현 임차인이 간판과 조명만 교체했다면 모든 기존 시설을 현 임차인이 설치한 것처럼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임차인이 이런 주장을 하려면 입점 당시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계약서를 검토할 때 입점 사진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계약이 끝난 뒤 “원래부터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계약 시작일 전후에 촬영한 사진 한 장이 훨씬 명확한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사진이 없으면 ‘원래 있던 시설’이라는 말도 입증하기 어려워집니다
상가 계약을 할 때 대부분 점포 내부 사진은 촬영합니다.
문제는 사진의 범위입니다.
홀이나 사무공간만 촬영하고 천장 안쪽, 전기 분전반, 덕트, 배관, 실외기, 외벽 간판 프레임은 촬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계약 종료 단계에서 분쟁이 되는 시설은 오히려 이런 부분입니다.
입점할 때에는 다음 시설을 함께 촬영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천장 마감과 점검구
- 바닥과 배수구
- 벽체·칸막이·타공 흔적
- 분전반과 전기증설 상태
- 냉난방기 실내기·실외기
- 후드와 덕트
- 급배수 배관
- 그리스트랩
- 간판 프레임과 외벽 타공
- 옥상이나 공용부분에 설치된 시설
- 소방설비
- 전기·수도·가스 계량기
사진도 시설만 가까이 찍어 놓으면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점포 전체에서 시설 위치를 알 수 있는 사진과 시설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근접 사진을 함께 촬영하는 방식이 실무에서는 더 유용합니다.
시설물 목록에 번호를 매겨 시설 01-덕트, 시설 02-실외기처럼 사진 파일명까지 맞춰 두면 계약 종료 때 비교하기도 편합니다.
4. 2019년 대법원 판결|전 임차인 시설이라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은 언제나 현 임차인의 책임에서 빠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전 임차인이 커피전문점 운영을 위해 점포에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이후 현 임차인이 전 임차인으로부터 커피전문점 영업을 양수하고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같은 점포에서 커피전문점을 계속 운영했습니다.
임대차가 종료된 뒤 현 임차인이 인테리어시설 등을 철거하지 않자 임대인이 시설을 철거하고 그 비용을 반환할 보증금에서 공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현 임차인의 원상회복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판결을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면 전 임차인 시설까지 무조건 철거한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여러 사정을 함께 살폈습니다.
- 현 임차인이 전 임차인의 특정 영업을 양수한 점
- 같은 점포에서 같은 커피전문점 영업을 계속한 점
- 임대차계약에 원상회복의무가 정해져 있었던 점
- 기존 시설이 해당 영업을 위해 설치된 시설이었던 점
- 임대차계약의 체결 경위와 전후 관계
- 임대인이 기존 시설의 원상회복 책임을 면제했다고 보기 어려웠던 사정
따라서 권리금 지급 사실 하나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5. 1990년 판결과 2019년 판결은 서로 모순되는 판결이 아닙니다
상담할 때 두 판례를 함께 설명하면 간혹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1990년에는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2019년에는 철거해야 한다고 하면 어느 판결을 따라야 하나요?”
두 사건은 사실관계가 달랐습니다.
1990년 판결은 이미 시설이 갖춰진 점포에 입점해 일부를 개조한 상황에서 별도의 약정이 없는 경우가 문제 되었습니다.
반면 2019년 사건에서는 전 임차인의 특정 영업을 양수하고 같은 영업을 계속했으며 임대차계약의 내용과 기존 시설의 성격까지 함께 고려할 사정이 있었습니다.
결국 두 판례를 가르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확인할 내용 | 실제로 볼 자료 |
|---|---|
| 어떤 상태로 점포를 받았는가 | 입점 사진·시설현황표 |
| 원상복구 기준은 무엇인가 | 임대차계약서·특약 |
| 어떤 시설을 인수했는가 | 권리금·시설양도계약서 |
| 영업 전체를 양수했는가 | 영업양도계약·계약 체결 경위 |
| 임대인이 존치에 동의했는가 | 확인서·문자·특약 |
| 현 임차인이 무엇을 변경했는가 | 공사내역·사진·도면 |
따라서 “전 임차인 시설이니까 철거할 필요 없다”와 “기존 시설을 사용했으니까 전부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 모두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6. 권리금을 지급했다면 철거 책임도 넘어오는 걸까요?
상가 중개 현장에서 특히 혼동이 많은 부분입니다.
권리금계약서와 임대차계약서는 계약 당사자부터 다릅니다.
권리금계약은 일반적으로 전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의 계약입니다.
반면 임대차계약은 임대인과 현 임차인 사이의 계약입니다.
따라서 전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고 시설을 인수했다고 해서 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부담하던 원상회복 책임이 모두 자동으로 현 임차인에게 넘어온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권리금계약서에 단순히 “시설 일체 양도”라고만 적어 놓는 것도 위험합니다.
시설 일체가 어디까지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은 서로 성격이 다릅니다.
- 냉장고와 테이블 같은 이동 가능한 비품
- 천장과 바닥 인테리어
- 건물에 고정된 덕트
- 매립된 급배수 배관
- 전기증설 설비
- 냉난방기와 실외기
- 외벽 간판 프레임
- 임대인이 설치한 기본설비
시설양도계약을 작성할 때에는 각 시설마다 가능하면 다음 내용을 구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설치자 / 현재 소유자 / 양수 여부 / 임대인의 사용 승인 / 계약 종료 시 철거 책임자
시설을 누가 소유하는지와 누가 나중에 철거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7. 임대인이 “그냥 사용하세요”라고 말했다면 철거하지 않아도 될까요?
이 부분도 계약 종료 때 자주 문제가 됩니다.
임대인이 계약 당시 기존 덕트나 냉난방기를 보고
“그냥 쓰시면 됩니다.”
라고 말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말이 임차기간 동안 사용을 허용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계약이 끝난 뒤에도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시설 사용 동의가 곧 철거 면제를 의미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존 시설을 남겨 사용하기로 했다면 가능하면 계약서나 별도 확인서에 다음 내용을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 존치를 허용하는 시설
- 시설의 위치와 수량
- 임차기간 중 수선 책임
- 계약 종료 때 철거할지 여부
- 철거하지 않는다면 시설 소유권 처리
- 후속 임차인이 사용하지 않을 경우 철거 책임
- 보증금 정산 시 처리 방법
특히 계약 종료 직전에 임대인이
“다음 임차인이 쓸 것 같으니 철거하지 말고 두고 가세요.”
라고 요청했다면 구두 합의만 믿고 철거를 중단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시설 목록과 사진을 첨부하여 “해당 시설의 철거의무를 면제한다”는 내용까지 서면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8. 현장에서 자주 보는 상황을 사례로 판단해 보겠습니다
다음은 특정 실제 사건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제가 상가 계약을 검토하면서 자주 접하는 유형을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한 사례입니다.
임차인 A가 음식점으로 사용하던 점포에 입점했습니다.
입점 당시 이미 다음 시설이 있었습니다.
- 천장과 바닥
- 주방 덕트
- 급배수 배관
- 전기증설 설비
A는 전 임차인에게 냉장고와 주방기기 대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시설양도계약서에는 고정시설을 어디까지 양수하는지, 계약 종료 때 누가 철거하는지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임대차계약에는
“계약 종료 시 원상복구한다.”
라는 내용만 있었습니다.
입점 당시 시설물 목록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A는 영업하면서 간판을 새로 설치하고 싱크대 위치를 변경하면서 배관 일부를 추가했습니다.
계약 종료 직전 임대인은 천장, 바닥, 기존 덕트와 배관까지 모두 철거해 최초 공실 상태로 돌려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바로 철거업체부터 부르는 것은 순서가 아닙니다.
제가 이런 계약을 검토한다면 먼저 다음 순서로 자료를 확인합니다.
입점 당시 상태를 먼저 확인합니다
A가 점포에 들어올 당시 천장과 덕트, 배관이 이미 있었는지 사진과 기존 자료를 찾습니다.
계약서에서 ‘원상’의 의미를 찾습니다
계약서가 단순히 ‘원상복구’라고만 되어 있는지, 최초 공실 상태까지 특정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권리금과 시설양도 범위를 따로 봅니다
A가 냉장고와 주방기기만 산 것인지, 기존 음식점의 영업과 고정시설 전체를 포괄적으로 양수한 것인지 구분합니다.
임대차계약 체결 경위를 확인합니다
전후 임대차 관계와 영업양수 과정이 실질적으로 이어졌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임대인의 동의를 찾습니다
기존 덕트와 배관의 사용 또는 존치를 임대인이 승인한 문자, 특약, 확인서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A가 직접 변경한 부분을 따로 표시합니다
A가 새로 설치한 간판, 싱크대 이동, 추가 배관은 기존 시설과 분리해서 판단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1990년 대법원 판결의 구조에 가까운지, 2019년 판결과 유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9. 원상복구 특약은 ‘원상복구한다’보다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계약 당시 한두 줄을 더 적는 것이 몇 년 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철거비 분쟁을 줄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명확한 특약과 보다 구체적인 문구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 불명확한 문구 | 확인 기준을 넣은 문구 예시 |
|---|---|
| 계약 종료 시 원상복구한다 | 별첨한 입점 당시 시설현황표와 사진을 기준으로 현 임차인이 설치·변경한 부분을 복구한다 |
| 기존 시설을 사용한다 | 별지 시설 목록의 사용을 승인하며 종료 시 철거·존치 여부는 시설별 표시 내용에 따른다 |
| 시설 일체를 인수한다 | 양수 대상 시설을 별지 목록으로 특정하고 시설별 소유권과 철거 책임자를 기재한다 |
| 전 임차인 시설도 철거한다 | 현 임차인이 철거할 전 임차인 시설의 명칭과 위치를 구체적으로 적는다 |
| 최초 상태로 복구한다 | ‘최초 상태’를 확인할 도면·사진·시설현황표를 첨부한다 |
실제 계약 문구는 해당 점포의 시설 상태와 당사자 합의에 맞게 작성해야 합니다.
특약에서 중요한 것은 어려운 법률용어가 아닙니다.
어떤 시설을, 누가, 언제까지, 어느 상태로 만들고,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를 제3자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적는 것입니다.
법무부의 상가건물임대차표준계약서를 사용하더라도 개별 점포에 이미 설치된 시설까지 자동으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므로 사진과 시설물 목록, 별도 특약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10. 계약 종료가 가까워졌다면 철거부터 하지 말고 범위를 확정해야 합니다
원상복구 분쟁에서 제가 특히 피하고 싶은 상황은 철거 범위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먼저 시작하는 경우입니다.
철거를 해버리면 기존 상태를 다시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계약 종료가 예정되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하는 편이 실무적으로 안전합니다.
종료 전 계약자료를 다시 모읍니다
임대차계약서, 권리금계약서, 시설양도계약서와 입점 당시 사진을 한 번에 확인합니다.
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과 입점 당시부터 있던 시설을 구분합니다.
임대인과 현장을 함께 봅니다
천장과 바닥뿐 아니라 전기설비, 냉난방기, 덕트, 급배수시설, 간판, 옥상과 공용부분도 함께 확인합니다.
철거·존치·이견 항목을 나눕니다
모든 시설을 ‘철거’ 또는 ‘존치’ 둘 중 하나로 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료가 부족한 시설은 ‘추가 확인’ 또는 ‘이견’으로 표시하고 사진을 남기는 것이 낫습니다.
공사 전에 범위를 서면으로 확정합니다
시설의 명칭, 위치, 철거 범위, 마감 기준, 공사 주체, 완료 예정일을 기록합니다.
공사 전후 같은 위치를 촬영합니다
철거 과정에서 건물 기본설비까지 훼손했다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공사 전후 사진을 동일한 위치에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완료 후 다시 현장을 확인합니다
완료·미완료·이견 항목으로 나누어 확인하고 남은 보완사항이 있다면 완료기한까지 적습니다.
이 절차를 거치면 계약 종료 직전에 “여기도 뜯어 달라”, “그 부분은 남겨 달라”는 요구가 반복되는 것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11. 보증금에서 철거비를 공제한다고 하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요?
임대차가 끝나면 원상복구비와 보증금 반환 문제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9년 대법원 사건에서도 임대인이 시설을 철거한 뒤 그 비용을 보증금에서 공제한 것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임대인은 철거 견적만 있으면 원하는 금액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임차인이라면 견적서의 총액만 볼 것이 아니라 다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계약상 내가 철거해야 하는 시설인지
- 입점 전부터 있던 시설인지
- 실제 원상회복에 필요한 공사인지
- 신규 임차인을 위한 리모델링 비용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 철거 범위와 견적 항목이 일치하는지
- 실제 공사를 했다면 공사 전후 자료가 있는지
임대인도 원상복구비를 공제하려면 가능하면 다음 자료를 준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 원상회복 요구 내용
- 계약상 근거
- 입점 당시 사진
- 종료 당시 사진
- 시설별 견적
- 실제 지출자료
- 공사 전후 사진
- 보증금 정산내역
특히 원상회복공사와 새로운 임차인을 위한 인테리어 개선공사를 섞어 계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법원 1990년 판결에서는 임차인이 원상회복을 지체했다고 해서 임대인이 실제 공사를 끝낸 날까지의 임대료 상당액이 모두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임대인이 스스로 원상회복을 할 수 있었던 합리적인 기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12. 원상회복은 벽과 바닥을 철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점포 내부 공사가 끝났다고 계약 종료 절차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34903 판결에서는 임대인이 임대 당시 용도에 맞게 부동산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의무도 원상회복의무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기존 영업허가에 관한 폐업신고 절차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음식점이나 인허가가 필요한 업종이라면 시설 철거와 함께 다음 내용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영업신고·허가의 폐업 또는 지위승계
- 사업자등록 사업장 이전 또는 폐업 관련 절차
- 옥외광고물 및 간판 처리
- 전기·수도·가스 정산
- 인터넷·전화·보안설비 해지
- 냉난방기 실외기 처리
- 폐기물 반출
- 열쇠·출입카드·주차카드 반환
- 도어락 비밀번호 인계
다만 사업자등록과 각종 영업신고·허가 절차는 업종과 관할기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세무서,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에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13. 임차인이 특히 조심해야 하는 네 가지 상황
입점 당시 사진이 없는 경우
“원래 있던 시설”이라고 주장해도 자료가 없다면 다툼이 커질 수 있습니다.
과거 매물사진, 전 임차인 자료, 관리사무소 공사기록, 임대인의 문자 등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권리금계약서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
전 임차인과 시설을 주고받기로 한 계약만으로 임대인에 대한 원상회복 책임까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차계약의 원상회복 조항을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의 공사 승인을 철거 면제로 생각하는 경우
“공사해도 된다”는 승인과 “계약이 끝난 뒤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합의는 다를 수 있습니다.
신규 임차인이 사용한다고 해서 시설을 그대로 두는 경우
신규 임차인이 시설을 인수하기로 했더라도 임대인이 시설 존치와 기존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 종료에 동의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14. 임대인도 계약할 때부터 기준을 남겨야 합니다
원상복구 분쟁을 임차인만의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임대인도 최초 상태를 입증할 자료가 없으면 나중에 “원래 공실 상태였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전 임차인이 시설을 남기고 나갔다면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할 때부터 시설을 정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최소한 다음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 임대인 소유 시설
- 전 임차인 시설
- 신규 임차인이 인수하는 시설
- 임차기간 중 수선 책임
- 계약 종료 시 철거 책임
- 존치 시설의 소유권
- 후속 임차인이 사용하지 않을 경우 철거 책임
건물 기본설비와 임차인의 영업시설도 구분해야 합니다.
냉난방기라고 해서 모두 임차인 시설인 것도 아니고, 배관이라고 해서 모두 건물 기본설비인 것도 아닙니다.
설치자, 소유자, 사용 목적과 계약상 철거 책임을 각각 확인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15. 지금 계약서를 보고 있다면 이 순서로 확인해 보세요
전 임차인 시설 때문에 원상복구가 걱정된다면 계약서의 ‘원상복구’ 한 문장만 읽지 마십시오.
먼저 점포 안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시설을 나누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있던 것, 내가 설치한 것, 전 임차인에게 인수한 것, 임대인이 설치한 것을 구분합니다.
그다음 계약서와 사진을 대조합니다.
확인할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임차 당시 사진과 동영상
- 시설물 목록
- 임대차계약서와 특약
- 권리금계약서
- 시설양도·양수계약서
- 공사계약서와 견적서
- 공사비 지급자료
- 임대인의 공사 승인자료
- 관리사무소 공사신청서
- 종료 전 현장확인서
자료를 정리했는데도 어느 시설을 누가 철거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 철거공사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쟁점이 되는 시설의 사진과 계약 조항을 기준으로 임대인과 먼저 범위를 정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16. 자주 묻는 질문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이면 저는 철거할 필요가 없나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별도 약정이 없다면 현 임차인이 점포를 인도받을 당시 상태와 자신이 변경한 범위를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에서 전 임차인 시설까지 철거하기로 구체적으로 합의했거나 영업양수 경위와 계약 관계 등에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권리금을 지급하면 전 임차인의 원상복구 책임도 자동으로 넘어오나요?
권리금 지급 사실 하나만으로 자동 승계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권리금의 대상, 시설양도 범위, 영업양수 여부와 임대차계약의 원상회복 특약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원상복구’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공실 상태로 만들어야 하나요?
‘원상복구’라는 표현만으로 최초 공실 상태라고 바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계약 체결 경위, 임차 당시 상태, 특약, 사진과 당사자 합의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기존 시설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나갈 때 철거하지 않아도 되나요?
임차기간 중 사용 허용과 계약 종료 후 철거 면제는 구분해야 합니다.
시설의 존치와 철거의무 면제까지 서면으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설을 전 임차인에게 돈을 주고 샀다면 제가 철거해야 하나요?
시설의 소유권과 원상회복 책임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시설양도계약뿐 아니라 임대차계약에서 해당 시설의 철거 책임을 어떻게 정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받은 철거 견적서만으로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나요?
견적서는 예상 비용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그 자체로 임차인의 원상회복 책임과 비용의 적정성이 모두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상 철거 대상, 입점 당시 상태, 필요한 공사 범위와 견적 세부내역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철거를 다 했는데 영업신고가 남아 있으면 계약 종료가 끝난 것인가요?
업종에 따라 기존 영업신고나 허가가 남아 있으면 임대인이나 후속 영업자의 영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시설 철거뿐 아니라 해당 업종의 폐업·지위승계 등 행정절차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17. 마무리하며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이라고 해서 현 임차인이 언제나 철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내가 설치하지 않았으니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바로 결론 내리는 것도 위험합니다.
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은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현 임차인이 자신이 개조한 범위에서 원상회복하고 자신이 점포를 인도받았을 당시 상태로 반환하면 된다는 판단 기준을 보여 줍니다.
반면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에서는 전 임차인의 영업을 양수해 같은 영업을 계속한 경위와 임대차계약 내용, 시설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까지 현 임차인의 원상회복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실제 계약에서는 시설의 최초 설치자 하나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현 임차인이 어떤 상태로 점포를 인도받았는지, 기존 시설과 영업을 어떤 방식으로 인수했는지, 계약서가 어떤 상태로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는지, 임대인이 시설 존치나 철거 면제에 동의했는지, 현 임차인이 추가로 변경한 부분은 무엇인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상가·사무실 계약을 검토하면서 원상복구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결국 ‘기억’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입점 당시 몇 장의 사진과 시설물 목록, 시설별 철거 책임을 적은 특약이 있으면 계약 종료 때 확인해야 할 범위가 훨씬 명확해집니다.
원상복구 분쟁은 계약이 끝날 때 나타나지만, 그 원인은 계약을 시작할 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점포를 계약한다면 기존 시설이 있다는 이유로 그대로 넘어가지 말고 누가 설치했고, 누가 사용하며, 나중에 누가 철거할 것인지까지 계약서에 남겨 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 방법입니다.
안내: 이 글은 상가·사무실 임대차와 부동산 계약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한 자료입니다.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실제 원상회복 범위와 보증금 정산은 임대차계약서, 특약, 시설 인수관계, 당사자 합의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분쟁이 발생했거나 큰 금액의 철거비·보증금 정산을 앞두고 있다면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615조|차용물 반환 시 원상회복의무와 부속물 철거 기준|현행 법령|2026년 7월 3일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617조|계약 또는 목적물의 성질에 위반한 사용·수익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비용상환청구의 기간|현행 법령|2026년 7월 3일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민법 제654조|민법 제615조부터 제617조까지의 임대차 준용 기준|현행 법령|2026년 7월 3일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대법원 1990. 10. 30. 선고 90다카12035 판결|별도 약정이 없는 경우 현 임차인이 개조한 범위와 임차 당시 상태를 기준으로 한 원상회복 범위|1990년 10월 30일 선고|2026년 7월 3일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68142 판결|계약 내용, 영업양수 경위와 시설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전 임차인 시설의 원상회복 책임을 인정한 사례|2019년 8월 30일 선고|2026년 7월 3일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34903 판결|원상회복의무에 임대 당시 용도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가 포함될 수 있다는 판단|2008년 10월 9일 선고|2026년 7월 3일 확인
- 법무부|상가건물임대차표준계약서 2026년 5월 12일 개정본|상가건물 임대차계약 작성 시 활용할 수 있는 공식 표준계약서|2026년 5월 12일 개정·게시|2026년 7월 3일 확인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상가건물 임대차 당사자의 권리·의무|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와 관련 청구기간에 관한 일반 안내|상시 제공 자료|2026년 7월 3일 확인


